[프롤로그] 첫 회사를 퇴사하며, 2년차 스타트업 개발자의 회고록

내가 스타트업에 들어간 이유

2021년 6월 30일.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인턴 프로그램으로 면접을 보았는데 바로 정규직 제의를 받아 입사하게 되었다.

상상만 해오던 스타트업의 모습 속에 팀원으로서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고 설레었다.

 

20명 미만 규모의 스타트업이었다.

스타트업에서 기대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약 2년간 그 기대했던 것들을 모두 경험했다.

 

1.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 할 수 있다.

모든 팀원들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이다 보니, 기획, 디자인, 인사, 경영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직군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좋은 의견이라면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

 

이런 환경이다보니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관점에서 조직과 프로덕트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2. 자율적인 근무 환경, 높은 자유도.

관심 있는 기술이나 최신 기술을 비교적 자유롭게 도입하고 사용해 볼 수 있다.

현상 유지보단 항상 더 나은 것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스타트업인 것 같다.

 

 

3.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

규모가 작을수록 개개인의 역량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영향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커진다. 이는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된다.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내가 회사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주체로서 존재한다는 것

 

 

스타트업이었기에 배울 수 있었던 점

 

애자일 하게 일하는 방법

우리 조직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세네 달에 걸쳐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반응이 없어 사라진 서비스도 있었고, 개발 중에 기획이 계속 바뀌어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된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하는 방식을 꾸준히 변화시켜 나갔다.

회고를 통해 깨달은 점은,

 

애자일 하게 일한다는 건 빠르게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중심으로 일하는 것.

 

 

처음부터 완벽한 프로덕트를 만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단위부터 실험을 한다.

이렇게 하면 유저의 피드백을 초기 단계부터 수집할 수 있고,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협업의 관점에서는 킥오프 단계부터 기획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팀원들의 생각을 얼라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팀원이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애자일한 방법이 유효할 수 있다.

 

 

일단 부딪혀보면서 배우기

졸업 프로젝트로 React를 써본 게 다인 상태에서 입사했다.

그 상태에서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고 처음으로 Vue와 Nuxt를 사용해 봤다. 아무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해야 했다.

책 한 권과 공식문서, 기존 작성된 코드를 보면서 습득해 나갔고, 내 코드에 자신이 없을 땐 팀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비단 입사 초기 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엔드 개발, CI/CD 구축, 인프라 설계 및 관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 스타트업에 있던 2년은 항상 0에서부터 일단 부딪혀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쌩 주니어 개발자로 입사해 이렇게 다양한 도메인에서 개발해 보는 것은 너무 귀중한 경험이다.

물론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두렵지도, 막막하지도 않다. 요령도 생겼고 오히려 좋은 기술이 있다면 일단 부딪혀보고 싶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도전을 즐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팀원이 나의 동료이자 사수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퇴사를 결심한 이유

어떤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

첫 시기에 생긴 습관이나 버릇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하게 굳어진다.

 

일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아직 뭐든 흡수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상태일 때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조직이 작다 보니 어느 순간 분명한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타 직군과의 협업은 활발해도 정작 같은 개발자와 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혼자 리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 스타일에만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다.

 

개발자 풀이 작다 보니 어느 순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비슷해졌고, 비슷한 피드백이 반복되면서 정말 우리의 방식이 최선의 방식일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더 넓은 개발자 풀에서 각기 다른 시각과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었다.

어느순간 생겨버린 생각의 틀을 부수고 싶었다.

 

 

 

퇴사 후 이루고 싶은 것

취준 경험 없이 바로 바쁘게 일하다 보니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그리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비단 개발자로서뿐 아니라,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잠시 멈춰 서서 날 바라보고 싶다.

새로운 취미도 만들어보고 세상 구경도 많이 다녀야지.

 

또,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의 성장을 위해서 이것저것 해볼 생각이다.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직접 기획한 서비스를 론칭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 써봤던 기술들을 마음껏 도입해서 써보고 협업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

일과 병행하기 힘들 것 같아 미뤄왔던 스터디도 마음껏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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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된 곳과 일정한 수입이 없다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 돌아갔을 때, 이 시기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열정과 끼가 넘쳤던 나의 든든한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